친환경 선박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들

 최근 조선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선박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들입니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목표와 해양 환경 규제 강화에 발맞춰, 조선업은 친환경 기술 개발과 적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목받는 친환경 선박 기술

현재 조선업계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적용되는 친환경 선박 기술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대체 연료 추진 기술

선박의 주 연료를 기존의 벙커C유에서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 현재 가장 상용화된 친환경 연료로,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LNG 이중 연료 엔진 기술은 한국 조선사들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 암모니아 추진선: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완전한 탄소 중립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독성 문제와 연료 공급 인프라 구축이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 수소 추진선: 수소 역시 연소 시 물만 배출하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입니다. 액화 수소 저장 기술, 연료전지 기술 등이 개발 중이며,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 메탄올 추진선: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보관이 용이하고, 기존 연료 공급 인프라를 활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발주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선박 운항 시 연료 소모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입니다.

  • 선형 최적화: 선박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통해 연료 효율을 높입니다.
  • 공기 윤활 시스템(ALS): 선체 바닥에 공기층을 형성하여 선체와 물의 마찰 저항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 에너지 회수 시스템: 폐열을 회수하여 전력으로 재활용하거나, 풍력 보조 추진 장치(로터 세일 등)를 활용하여 연료 소모를 줄입니다.
  • 전기 추진 시스템: 연료전지나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 추진 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 대비 효율이 높고, 소음 및 진동이 적으며, 배출가스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연료전지와 이동식 전원 추진 선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추진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추진 핵심 설비의 이중 설치 요건을 강화하는 등 관련 기준을 개정했습니다.

3. 디지털 및 자동화 기술

친환경 선박의 효율적인 운용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고 있습니다.

  • 스마트 선박 시스템: 인공지능(AI)과 사물 인터넷(IoT)을 활용하여 선박의 운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운항 경로를 제시하며, 장비의 고장을 예측하여 유지보수를 돕습니다.
  • 자율운항 기술: 선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항하는 기술로,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고 인적 오류를 줄여 안전성을 높입니다.
  • 디지털 트윈: 실제 선박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만들어 운항 시뮬레이션 및 성능 예측을 통해 최적의 친환경 운항을 지원합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MERI) 등에서는 친환경 선박 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위한 기술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정책 및 규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보급은 국제적인 규제와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1.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IMO는 해운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EEXI(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 2023년부터 모든 선박에 적용되는 에너지 효율 규제로, 선박의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도록 합니다.
  • CII(탄소집약도지수): 2023년부터 운항 중인 선박의 실제 탄소 배출량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하여, 지속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유도합니다.
  • 2050년 탄소중립 목표: 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넷제로(Net-Zero)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의 가장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습니다.

2. 유럽연합(EU) 정책

EU는 IMO보다 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Fit for 55' 패키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해운 분야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 EU ETS(배출권 거래제): 2024년부터 해운 분야에도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하여, 선박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유도합니다.

3. 대한민국 정부 정책

우리 정부도 친환경 선박 보급 및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선박 보급시행계획: 해양수산부는 매년 '친환경선박 보급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친환경 선박 건조 및 전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5년 계획도 이미 공고되었습니다.
  • 친환경선박 개발 시행계획: 산업통상자원부도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을 위한 시행계획을 공고하며 연구 개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 국가전략기술 지정 논의: 조선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여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세금 감면, 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처럼 친환경 선박 기술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제적인 규제와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 조선업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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