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본 : 친환경 해운 시대, 혁신적인 벌커 설계가 등장하다
앵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운 산업 역시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리스의 한 선사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친환경 벌커 설계를 공개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도국 연결하여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네, 보도국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소식은 그리스 선사인 Almi Marine Management, 줄여서 Almi가 공개한 신개념 친환경 이중연료 벌커 설계입니다. 이 설계는 특히 친환경 선박 연료로 주목받는 수소의 저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수소 저장 문제라면, 수소를 선박에 싣고 다니는 것이 어렵다는 말씀이신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같은 에너지를 내려면 액화천연가스, 즉 LNG보다 훨씬 많은 부피를 차지합니다. 또한, 액화 수소는 극저온(-253℃)을 유지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고, 기체 수소는 고압으로 저장해야 해서 안전 문제나 공간 활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수소 저장 및 운송의 어려움 때문에 선박 연료로의 활용에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Almi의 새로운 설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다는 것인가요?
기자: Almi는 선박 내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바로 '수소 리포밍(reforming)' 기술을 선박에 적용한 것인데요. 이 기술은 LNG와 같은 다른 연료를 활용하여 선박 운항 중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앵커: 선박에서 직접 수소를 만든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사용되나요?
기자: Almi의 설계에는 '스팀 에탄 리포밍(steam-methane reforming, SMR)'이라는 기술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SMR은 산업 현장에서 수소를 대량 생산할 때 널리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생성하고, 여기서 나온 일산화탄소는 추가 반응을 통해 더 많은 수소로 전환됩니다.
앵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선박에 접목했다는 것이군요. 이 기술을 통해 어떤 장점을 얻을 수 있습니까?
기자: 가장 큰 장점은 앞서 말씀드린 수소 저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량의 수소를 직접 싣고 다닐 필요 없이, 비교적 저장과 운송이 용이한 LNG를 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수소를 생산하여 연료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선박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수소 저장 설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줍니다. 또한, SMR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기존 화석 연료 사용 선박에 비해 크게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설계는 어떤 종류의 선박에 적용되었나요?
기자: 이번에 공개된 설계는 64,000-dwt급 울트라막스(Ultramax) 벌커를 기반으로 합니다. 울트라막스 벌커는 곡물, 석탄, 철광석 등 건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lmi는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산하의 선박 설계 회사인 SDARI(Shanghai Merchant Ship Design & Research Institute)의 최신 'Green Dolphin 64' 플랫폼 설계를 기반으로 이 혁신적인 벌커를 개발했습니다.
앵커: 단순히 수소 리포밍 기술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다른 친환경 기술도 함께 적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이 설계는 LNG와 배터리 보조 전기 추진 시스템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까지 더해져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2] 즉, LNG 엔진과 배터리, 그리고 바람의 힘까지 활용하여 운항하는 고효율 친환경 선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친환경 기술의 융합은 선박의 연료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더욱 감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이러한 혁신적인 설계에 대해 선급으로부터 승인도 받았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Almi는 이탈리아 선급인 RINA로부터 이 설계에 대한 기본 승인(AiP, Approval in Principle)을 획득했습니다. [2] 기본 승인은 선박 설계의 개념과 기술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실제 선박 건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는 Almi의 설계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며, 안전 및 환경 규제 기준을 충족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앵커: 이번 Almi의 신개념 벌커 설계가 해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기자: 이번 설계는 벌커와 같은 대형 선박의 탈탄소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수소 저장 문제를 선박 내 생산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향후 다른 선종이나 더 큰 선박에도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SMR 기술 적용에 따른 비용 효율성, 안전성 확보, 그리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탄소 포집 및 처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계는 해운업계가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앞으로 친환경 선박 기술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Almi의 혁신적인 벌커 설계가 실제 건조로 이어져 해운 산업의 친환경 전환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