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박 재활용 협약(HKSRC) 2009 발효: 조선 및 해운 산업의 새로운 규제 환경과 대응 전략
서론
해운 산업은 전 세계 무역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선박이 노후화되어 더 이상 운항할 수 없게 되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해체 및 재활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에는 선박 해체 작업이 주로 개발도상국의 해변가에서 비표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2009년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선박 재활용을 위한 홍콩 국제협약'(Hong Kong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 and Environmentally Sound Recycling of Ships, 2009, 이하 HKSRC 또는 홍콩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HKSRC는 선박의 설계, 건조, 운영, 그리고 최종 재활용까지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안전 및 환경 관리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협약이 2025년 6월 26일 발효됨에 따라, 전 세계 선주, 선박 운영자, 선박 관리자, 그리고 선박 재활용 시설은 새로운 국제 규제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HKSRC 2009의 주요 내용과 적용 범위, 핵심 요구사항을 살펴보고, 특히 선박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젤 협약과의 잠재적인 충돌 문제, 규제 준수를 위한 업계의 과제 및 대응 전략, 그리고 인증기관의 지원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조선 및 해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1. 홍콩 선박 재활용 협약(HKSRC) 2009의 개요 및 발효
1.1 협약의 배경 및 목적
홍콩 협약은 선박 재활용 관행으로 인한 인명 피해, 건강 문제,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과거 선박 해체 작업이 주로 이루어지던 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유해 물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작업자 안전 장비가 미흡하여 수많은 인명 사고와 환경 오염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감독적인 해변 해체 방식은 토양, 해수, 대기를 오염시키고 지역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인도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선박 재활용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인 규범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HKSRC가 탄생했습니다.
협약의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박 재활용 과정이 인간의 건강, 안전 및 환경에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장합니다.
선박에 포함된 유해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고 관리합니다.
선박이 재활용 시설에 도착하기 전에 적절한 준비가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선박 재활용 시설이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합니다.
1.2 협약의 발효
홍콩 협약은 특정 발효 요건을 충족한 후 24개월 뒤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발효 요건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5개국 이상이 협약에 비준 또는 가입해야 합니다.
이들 국가의 상선대(Merchant Fleet) 총합이 전 세계 총톤수의 40%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이들 국가의 연간 최대 선박 재활용량 총합이 이전 10년간 당사국 총톤수의 최소 3%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이 요건이 2023년에 충족됨에 따라 HKSRC는 2025년 6월 26일부터 공식적으로 발효됩니다.
1.3 협약의 적용 범위
HKSRC는 다음 대상에게 적용됩니다.
선박: 총톤수 500톤 이상의 신조선 및 현존선 중 국제 항해에 종사하는 선박. 여기에는 일반 상선 외에도 잠수정, 부유식 설비, 플랫폼, 저장/생산 설비(FSUs, FPSOs) 등이 포함됩니다. 단, 군함, 해군 보조선, 정부 비상업적 용도 선박은 제외됩니다.
선박 재활용 시설: 본 협약 당사국의 관할권 내에 있는 선박 재활용 시설.
즉, HKSRC는 선박의 국적(기국)과 선박이 재활용되는 장소(재활용 시설의 국가) 모두에 적용되는 이중적인 구속력을 가집니다.
2. 홍콩 협약의 주요 요구사항
HKSRC는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여러 단계에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합니다.
2.1 유해물질 목록 (Inventory of Hazardous Materials, IHM)
IHM은 홍콩 협약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IHM은 선박에 사용되거나 포함된 특정 유해 물질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협약의 부속서 I에는 선박에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유해 물질 목록이 명시되어 있으며, IHM은 이러한 물질이 선박의 어느 부분에 어떤 양으로 존재하는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신조선: 2025년 6월 26일 이후 건조 계약이 체결되거나, 2025년 12월 26일 이후 용골이 거치되거나 유사한 건조 단계에 이르거나, 2027년 12월 26일 이후 인도되는 선박은 인도 시점에 승인된 IHM을 선내에 비치하고 유효한 HKSRC 인증서를 보유해야 합니다. 이는 선박 설계 및 건조 단계부터 유해 물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현존선: 2030년 6월 26일부터 적용되며, 현존선 역시 선박의 운항 기간 동안 IHM을 작성 및 유지하고 유효한 IHM HKSRC 인증서를 보유해야 합니다. 이는 운항 중인 모든 선박이 유해 물질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IHM은 선박 건조 시 사용된 자재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되며, 선박 수리, 개조 또는 장비 교체 시 유해 물질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최종 재활용 시설에서는 이 IHM 정보를 활용하여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해체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IHM 작성 및 관리는 EU 선박 재활용 규정(EUSRR) 및 영국 선박 재활용 규정(UKSRR)에서도 요구하는 사항이며, HKSRC 인증은 이러한 다른 규정의 인증 요구사항에 추가되는 것입니다.
2.2 최종 검사 및 재활용 준비 인증
선박이 더 이상 운항할 수 없게 되어 재활용을 위해 최종 목적지로 향할 때는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최종 검사: 재활용 예정인 선박은 인가된 선박 재활용 시설에 도착하기 전에 권한 있는 당국 또는 대행기관(예: 선급 협회)의 최종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검사를 통해 선박이 재활용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는지, IHM이 최신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국제 재활용 준비 인증서 (International Ready for Recycling Certificate): 최종 검사를 통과한 선박은 국제 재활용 준비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인증서는 선박이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재활용을 위해 준비되었음을 증명하며, 재활용 시설에 제출되어 해체 계획 수립에 활용됩니다.
이 절차는 선박이 무분별하게 해체 시설로 보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재활용이 시작되기 전에 필수적인 준비와 확인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합니다.
2.3 선박 재활용 시설 요구사항
HKSRC는 선박 재활용 시설 자체에도 엄격한 기준을 요구합니다.
인가 및 인증서: 선박 재활용 시설은 자국 정부 등 권한 있는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며, 선박 재활용 인가서(Document of Authorisation for Ship Recycling, DASR)를 보유해야 합니다. 이는 시설이 HKSRC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함을 의미합니다.
선박 재활용 시설 계획 (Ship Recycling Facility Plan, SRFP): 인가받은 재활용 시설은 SRFP를 수립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SRFP에는 작업자 안전 및 교육, 인체 건강 및 환경 보호 조치, 유해 물질 관리 절차, 폐기물 처리 계획, 비상 대응 계획 등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재활용 작업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시스템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안전 및 환경 기준 준수: 시설 운영은 SRFP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작업자는 적절한 교육을 받고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합니다. 유해 물질은 분리, 처리 또는 적절히 폐기되어야 하며,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과 절차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전통적인 해변 해체 방식에서 벗어나, 통제된 환경에서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선박 해체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합니다.
3. 홍콩 협약과 바젤 협약의 상호작용
HKSRC의 발효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Basel Convention on the Control of Transboundary Movements of Hazardous Wastes and their Disposal)과의 관계입니다.
바젤 협약의 원칙: 바젤 협약은 유해 폐기물이 자국의 환경적으로 건전한 시설에서 처리되지 않는 한, OECD 회원국에서 비회원국으로 유해 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엄격히 통제합니다. 선박 역시 해체가 예정되면 '유해 폐기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잠재적 충돌: 문제는 HKSRC를 준수하는 선박이라 할지라도, 협약 당사국이지만 OECD 회원국이 아닌 국가(예: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주요 선박 재활용 국가)의 인가된 재활용 시설로 이동하는 경우, 바젤 협약에 따른 '유해 폐기물의 비OECD 국가 이동'으로 간주되어 바젤 협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법적 불확실성: 현재 어느 협약이 우선 적용되는지에 대한 국제법적 명확성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선주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며, 어느 시설에서 선박을 재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줍니다.
IMO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활용 예정 선박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한 홍콩 협약 및 바젤 협약의 이행에 관한 잠정 지침(HKSRC.2/Circ.1)' 및 관련 FAQ를 발행하여 회원국들에게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 차원의 추가적인 논의와 명확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U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환경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인 선박 재활용 규정(EUSRR)을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EUSRR은 유럽 선박(EU 기국 선박)은 EU가 승인한 선박 재활용 시설 목록에 포함된 시설에서만 재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목록에는 HKSRC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들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4. 규제 준수를 위한 업계의 과제 및 대응 전략
HKSRC의 발효는 선박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관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선주, 운영자, 관리자, 그리고 재활용 시설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줍니다.
4.1 선주, 운영자, 관리자의 과제 및 대응
IHM 작성 및 관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모든 선박에 대해 정확하고 최신 상태의 IHM을 작성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현존선의 경우, 과거 자료가 부족하거나 선박 구조가 복잡하여 IHM 작성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문 서비스 제공업체의 도움을 받거나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재활용 시설 선택: 바젤 협약과의 관계 때문에 재활용 시설 선택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규제 준수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HKSRC 또는 EUSRR 등 국제적으로 인가받은 친환경 재활용 시설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평판 관리 및 법적 위험 회피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금융 및 보험 고려: 금융 기관과 보험사들도 선박 재활용 규제 준수 여부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HKSRC 준수는 선박 가치 유지 및 원활한 금융/보험 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운항 계획 조정: 선박의 최종 항해를 인가된 재활용 시설로 계획하고, 최종 검사 및 인증 절차를 제때 완료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4.2 선박 재활용 시설의 과제 및 대응
시설 현대화 및 인가 획득: 기존 해변 방식의 재활용 시설은 HKSRC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시설 현대화가 필요합니다. 안전 장비, 유해 물질 처리 시설, 환경 보호 설비 등을 갖추고 SRFP를 개발하여 권한 있는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인력 교육 및 안전 강화: 작업자 안전 및 건강 보호를 위해 엄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안전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는 인력 충원 및 교육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IHM 기반 해체 계획 수립: 선박으로부터 받은 IHM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유해 물질은 IHM에 따라 분류하고 적절히 처리해야 합니다.
폐기물 관리: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특히 유해 폐기물)은 환경적으로 건전한 방식으로 관리 및 처리되어야 합니다. 이는 전문 폐기물 처리 업체를 이용하거나 자체 시설을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5. 인증기관 및 서비스 제공업체의 지원
규제 준수 과정에서 선주, 운영자, 시설들은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선급 협회와 같은 인증기관 및 전문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LR(Lloyd's Register)과 같은 기관들은 HKSRC 준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서비스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IHM 파트 I 인증: IHM 작성을 위한 컨설팅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최종 IHM을 검토하여 국제 IHM 인증서를 발행합니다.
최종 검사 및 재활용 준비 인증: 선박 재활용 전에 최종 검사를 수행하고, HKSRC 요구사항을 충족하면 국제 재활용 준비 인증서를 발행합니다.
선박 재활용 시설 인증 및 자문: 권한 있는 당국을 대리하여 재활용 시설이 HKSRC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하고 인증하며, 시설 운영 및 SRFP 개발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컨설팅 회사들이 IHM 작성, SRFP 개발, 규제 교육 등 HKSRC 준수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활용하는 것은 규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준수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2025년 6월 26일 홍콩 선박 재활용 협약(HKSRC)의 발효는 글로벌 해운 및 조선 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선박 재활용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요구사항이 되었습니다. 선박의 유해 물질 목록 작성, 최종 검사 및 인증, 그리고 재활용 시설의 인가 및 운영 기준 강화는 선박 생애주기 관리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스템과 절차를 요구합니다.
특히 바젤 협약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법적 불확실성은 선주와 운영자에게 복잡한 과제를 안겨주지만, IMO의 잠정 지침과 같은 노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EU 선박 재활용 규정과 같은 지역 규제와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단계부터 HKSRC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IHM 작성을 용이하게 하고, 친환경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를 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주들에게 HKSRC 준수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부가적인 서비스 개발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HKSRC 발효는 규제 준수라는 부담과 함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선박 재활용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업계 참여자들은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정확히 인지하고, 필요한 투자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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