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선주들의 선박 신조 투자가 여전히 활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선주들의 선박 신조 투자가 여전히 활발하며,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파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시장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으며, 조선업계와 해운업계 모두에게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글로벌 선박 발주 현황 분석: 감소 속의 견고함

클락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 금액은 약 550억 달러(약 76조 원)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수치이지만, 지난 10년 평균 발주액보다는 30%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첫째, 발주액의 절대적인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거시 경제 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클락슨이 지적한 "미국의 유동적인 무역 정책(fluid US trade policy)"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역 정책의 변화는 해상 물동량과 항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선주들은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평균보다 높은 발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해운 수요의 근본적인 견고함과 함께, 특정 요인들이 선박 투자를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이는 해운 산업이 전 세계 무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그 수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필수적인 산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2. 발주 둔화의 배경과 선종별 양극화

기사에서는 2025년 신조 계약량이 전년 대비 더욱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글로벌 불확실성과 미국의 무역 정책을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러한 둔화세는 선종별 발주 동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 감소폭이 큰 선종: 벌크선(71% 감소), 탱커(35% 감소), LNG운반선(84% 감소), 자동차 운반선(92% 감소)은 10년 평균 대비 큰 폭의 감소를 보였습니다.

    • 벌크선과 탱커: 이들 선종은 글로벌 경기 변동과 원자재 수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경기 둔화와 교역량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벌크선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 건화물 운송에 주로 사용되는데, 주요 경제국의 생산 및 소비 위축이 수요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 LNG운반선과 자동차 운반선: 이 두 선종의 발주 감소폭이 특히 큰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몇 년간 LNG 수요 증가와 전기차 수출 급증에 힘입어 이들 선종에 대한 과도한 발주가 이루어졌던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는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와 함께, 투자 사이클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특히 자동차 운반선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더불어, 특정 지역의 생산 및 수출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 예외적인 컨테이너선: 반면, 컨테이너선은 올해 169척이 발주되어 10년 평균 대비 2배 이상 많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 글로벌 물류 수요 변화: 전자상거래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 및 재고 확충 움직임이 컨테이너 운송 수요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 규제 및 선대 교체 수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EEXI, CII 등) 강화로 인해 노후 선박의 운항 효율성이 저하되면서, 선주들은 친환경 연료 추진선이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형 컨테이너선으로의 교체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항 비용 절감과 ESG 경영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 항만 혼잡 및 운항 효율성: 특정 항만의 혼잡도 증가와 운항 스케줄의 불확실성 또한 더 많은 선박을 필요로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선사들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선대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 대형화 추세: 효율성 증대를 위한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추세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선박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신조 수요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선종별 발주 양극화는 해운 시장이 단순히 총 물동량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 선종별 특성과 친환경 규제, 그리고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고비용 선박' 수요의 지속과 친환경 전환 전략

기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비용 선박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선가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년 평균보다 29%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은 매우 중요합니다.

  • 선가 하락 속 높은 선가 유지의 배경: 강재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가 선가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선가가 유지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 인플레이션 및 인건비 상승: 전반적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조선소의 인건비 상승은 선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 친환경 기술 적용 비용: 친환경 연료 추진 시스템(LNG 이중 연료, 메탄올 추진 등)이나 에너지 효율 장치(에어 윤활 시스템, 풍력 보조 추진 등)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선박은 건조 비용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주들은 미래 규제에 대비하고 운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고비용 기술 투자를 기꺼이 감수하고 있습니다.
    • 제한된 슬롯과 조선소의 선택: 전 세계적으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의 수가 제한적이고,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조선소는 더욱 적습니다. 조선소들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선가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 친환경 선박 집중 양상: 불확실한 거시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이 단가가 높은 친환경 선박에 집중하는 양상은 해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입니다.

    • 환경 규제 강화: IMO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2050년 넷제로)는 선사들에게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EEXI(에너지효율지수), CII(탄소집약도지수) 등은 선박의 운항 효율성과 탄소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며, 비효율적인 노후 선박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 ESG 경영 확산: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선사들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친환경 선박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자금 조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연료 효율성 및 운항 비용 절감: 친환경 선박은 일반적으로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 장기적으로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유가 시대에 선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고객사 요구: 주요 화주들도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친환경 선박을 보유한 선사에게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조선소 입장에서 "물량보다 '질'에 무게를 둔 고부가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기사의 결론에 힘을 실어줍니다. 단순히 많은 선박을 건조하는 것보다는, 친환경·고효율·고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의미입니다.

4. 종합적인 시사점 및 미래 전망

주신 기사는 글로벌 선박 신조 시장이 단순히 경기 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경 규제, 기술 발전, 그리고 선주들의 장기적인 전략 변화에 의해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조선업계의 대응: 한국 조선업계는 이미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자율운항 기술, 디지털 트윈 등 스마트 선박 기술을 접목하여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선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건조 기술뿐만 아니라, 관련 기자재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 해운업계의 대응: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으로의 선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운항 비용 절감, 규제 준수, 그리고 고객사 확보에 필수적인 투자입니다. 또한, 연료 전환에 따른 인프라 구축 및 운영 노하우 확보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 정부 및 정책적 지원: 친환경 선박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금융 지원, 그리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내 조선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표준을 선도하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속적인 불확실성 관리: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수로 인식하고,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정보 분석과 예측 능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550억 달러라는 발주 규모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해운 산업의 필수성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맞물려 투자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장의 변화이며, 조선업계에는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친환경 기술 혁신을 선도할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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