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DAC 기술 혁신
DAC(Direct Air Capture, 직접공기포집)는 굴뚝 같은 배출원이 아닌, 이미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거대한 팬과 화학적 필터로 직접 빨아들여 포집하는 기술입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네거티브 배출(Negative Emission)'의 핵심 기술로 꼽히죠.
과거에는 공기 중 CO2 농도가 너무 낮아(약 0.04%) 포집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높았으나, 최근 다양한 기술 혁신을 통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주요 DAC 기술 혁신
현재 DAC 분야의 혁신은 포집 효율 극대화, 에너지 소모 최소화, 그리고 포집된 탄소의 경제적 활용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1. 차세대 흡착제 및 공정 개발
초기에는 수산화칼륨 같은 액체 용액을 활용하는 습식 방식(Chemical Absorption)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고효율 고체 기반 기술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체 흡착 필터 (Solid Sorbents): 다공성 물질인 제올라이트(Zeolite)나 아민계 화합물을 코팅한 스펀지 형태의 특수 필터를 사용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도 CO2를 쉽게 분리할 수 있어 에너지 소모를 줄입니다.
전기화학적 포집 (ESA-DAC): 전극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번갈아 가며 걸어주어, 화학물질 없이 전기만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착하고 방출하는 차세대 기술입니다.
패시브 DAC (Passive DAC): 거대한 팬을 돌리는 대신, 바람의 자연적인 흐름을 이용해 수산화칼슘과 대기 중 CO2를 반응시켜 석회암으로 변환하는 무동력 포집 방식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2. 무탄소 에너지원과의 결합
DAC 공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팬을 돌리고 흡착제에서 CO2를 떼어내는(열처리)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포집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면 의미가 없으므로, 차세대 에너지원과의 결합이 활발합니다.
SMR(소형모듈원전) 연계: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풍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SMR에서 발생하는 풍부한 무탄소 전력과 섭씨 수백 도의 고온 열을 DAC 설비에 직접 공급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델이 구상되고 있습니다.
지열 에너지 활용: 아이슬란드의 '오르카' 플랜트처럼, 100% 지열 에너지만으로 구동하여 진정한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합니다.
3. 탄소 활용 (CCU) 및 이퓨얼(e-Fuel) 생산
포집한 탄소를 단순히 땅속에 묻는(광물화) 것을 넘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합성연료(e-Fuel) 전환: DAC로 포집한 순수 이산화탄소와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 수소를 합성하여 메탄올, 항공유(SAF), 혹은 선박용 합성연료를 생산합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궁극적인 친환경 연료 사이클을 구축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합니다.
DAC(직접공기포집)로 확보한 이산화탄소($CO_2$)를 활용해 e-Fuel(합성연료)을 만드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을 역으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특히 배터리 전동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대형 선박이나 항공 분야에서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Fuel 생산의 핵심 화학 공정
e-Fuel 생산은 크게 세 단계의 화학적 변환을 거칩니다. 목적하는 최종 연료(e-디젤, e-메탄올 등)에 따라 적용되는 합성 공정이 달라집니다.
1단계: 원료 확보 (수전해 및 DAC)
그린 수소(H2) 생산: 무탄소 전력을 이용해 물(H2O)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습니다.
탄소(CO2) 포집: DAC 설비를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고순도로 정제합니다.
2단계: 합성가스(Syngas) 전환 (RWGS 반응)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므로, 다른 물질과 합성하기 위해 일산화탄소(CO)로 환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역수성가스 전환 반응(Reverse Water-Gas Shift, RWGS)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합니다.
3단계: 탄화수소 합성
확보된 합성가스($CO$와 $H_2$의 혼합물)를 촉매 반응시켜 원하는 형태의 액체 연료로 만듭니다. 해운 및 중공업 분야에서 주로 주목하는 두 가지 핵심 공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A. 피셔-트로프슈(Fischer-Tropsch, F-T) 합성
합성가스를 코발트나 철 기반의 촉매와 반응시켜 긴 사슬 형태의 액체 탄화수소(선박용 e-디젤, 항공유 등)를 만듭니다. 기존 화석연료와 화학적 구조가 거의 동일해 완벽한 '드롭인(Drop-in)'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B. 메탄올 직접 합성
최근 친환경 선박의 핵심 연료로 급부상한 e-메탄올은 RWGS 공정을 생략하거나 통합하여, CO2와 H2를 구리/아연 기반 촉매 하에서 직접 반응시켜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상용화 전망과 돌파구
e-Fuel이 친환경 선박과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의 게임 체인저임은 분명하지만, 상용화를 가로막는 명확한 허들도 존재합니다.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효율 문제: 우주에 있는 CO2를 모으고, 물을 분해하고, 다시 합성하는 전 과정에 막대한 전력과 고열이 소모됩니다. 최종 e-Fuel이 가지는 에너지는 투입된 전기에너지의 약 10~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원 확보 (SMR의 부상): 간헐성이 큰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는 대규모 e-Fuel 플랜트를 24시간 가동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기저 전력은 물론, RWGS 반응 등에 필요한 고온의 열(스팀)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이 e-Fuel 경제성을 확보할 핵심 에너지 퍼즐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조선·해운업계의 선제적 대응: 현재 e-Fuel의 생산 단가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3~5배 이상 높습니다. 하지만 IMO(국제해사기구)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요 조선소들은 이미 메탄올/암모니아 이중연료(Dual Fuel) 엔진 기술을 상용화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형 선사들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e-메탄올 확보를 위한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국 e-Fuel의 상용화 시점은 '얼마나 저렴하고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SMR 등)을 확보하여 수전해와 DAC의 단가를 낮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해양 기반 직접공기포집(mDAC, Marine Direct Air Capture) 기술은 육상 DAC의 한계(부지 확보, 대규모 전력망 연결 등)를 극복하고, 넓은 바다와 해양 인프라를 활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혁신적인 차세대 기술입니다.
최근 조선해운 및 해양 플랜트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와 실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 기술 동향과 연구 방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mDAC의 주요 기술 방식
해양 환경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해상 부유식/고정식 플랜트 탑재형: 해상 풍력 단지나 은퇴한 오일/가스 시추 플랫폼 등을 활용해 고정식 혹은 부유식 mDAC 설비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육상에 비해 부지 규제에서 자유롭고, 거대한 해상 바람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어 팬 구동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박 탑재형 탄소 포집(OCCS, Onboard Carbon Capture System): 선박의 배기 가스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넘어, 선박이 운항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mDAC)하거나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추출(Direct Ocean Capture, DOC)하여 선박 연료 생산이나 저장으로 연계하는 연구입니다.
2. 글로벌 연구 동향 및 핵심 기술 혁신
🌊 해수 활용 이산화탄소 추출 기술 (DOC와의 연계)
대기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0.04%로 매우 낮지만, 해수는 대기보다 부피당 이산화탄소 밀도가 약 100배 이상 높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mDAC 연구는 공기 중 포집뿐만 아니라 해수에서 직접 탄소를 추출(DOC, Direct Ocean Capture)하는 기술과 융합되는 추세입니다.
전기화학적 해수 추출: 화학 물질(흡착제)을 쓰는 대신 전기를 이용해 해수의 pH를 조절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기체 형태로 분리해내는 방식입니다. 미국 MIT 연구진이 발굴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캡투라(Captura)' 같은 스타트업들이 해상 플랜트 형태의 실증 설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해상 무탄소 에너지원(SMR 및 해상풍력)과의 결합
mDAC 역시 대규모 전력과 열이 필요하므로, 바다 위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 인프라와의 연계가 핵심 연구 과제입니다.
해상 부유식 SMR 연계 모델: 바다 위에 띄운 부유식 소형모듈원전(SMR)에서 생산된 안정적인 기저 전력과 고온의 스팀을 mDAC 설비에 직접 공급하는 시나리오가 대형 조선소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해상풍력 잉여 전력 활용: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송전 가용량을 초과해 버려지는 '출력제한(Curtailment)' 전력을 mDAC 설비 구동에 투입하여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합니다.
🔄 해양 인프라 및 CCS/e-Fuel 밸류체인 통합
포집된 탄소를 이동시키는 물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집-저장-활용을 해상에서 한 번에 해결하는 밸류체인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해저 지중 저장(CCS) 직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육상으로 운송하지 않고, 해상 플랫폼에서 고압 액화하여 인근 폐유전이나 해저 격리층에 바로 주입·저장하는 폐쇄 루프 시스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해상 e-Fuel 제조 공정 통합: 해상 플랜트에서 mDAC(또는 해수 추출)로 얻은 탄소와 해수 담수화를 통해 얻은 그린 수소를 결합해, 현장에서 바로 e-메탄올 등 선박용 친환경 연료를 생산하는 대규모 부유식 복합 에너지 허브 개념이 정립되고 있습니다.
3. 해결해야 할 과제 (연구 장벽)
mDAC가 해양 강국들과 조선해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도 존재합니다.
해양 환경의 가혹함: 염분이 높은 해풍과 해수로 인한 설비 부식(Corrosion) 문제, 거친 파도와 태양광에 의한 생물학적 오염(Fouling)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높은 소재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해양 생태계 영향 검증: 해수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한 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때 발생할 수 있는 국지적인 pH 변화나 해양 생태계 교란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환경 영향 평가 연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해상 가동 안정성: 육상과 달리 흔들림이 심한 부유식 환경에서도 포집 촉매나 전기화학 셀이 안정적인 효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적·구조적 설계 혁신이 요구됩니다.
mDAC는 조선·해양 플랜트 설계 능력과 차세대 에너지(SMR, 수소) 기술이 집약되어야 하는 융복합 분야입니다. 국내외 대형 조선사들과 에너지 기업들은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개념 설계를 넘어 해상 실증 단계로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