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호주의 로봇 기술 전문 기업인 FBR(Fastbrick Robotics)과 협력하여 조선 자동화 사업 시작

 세계 조선업계는 현재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와 생산성 향상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조선사들이 자동화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접이나 절단과 같은 특정 공정에는 이미 로봇이 활용되고 있지만, 선박 건조의 전반적인 과정에 걸쳐 더욱 고도화된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중공업이 호주의 로봇 기술 전문 기업인 FBR(Fastbrick Robotics)과 협력하여 조선 자동화 사업을 시작한다는 발표는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삼성중공업과 FBR의 협력 개요

삼성중공업과 FBR은 지난 2025년 6월 16일(현지시각) 조선 자동화 사업의 1단계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양사가 세계 조선 부문의 자동화 발전을 목표로 체계적인 협력을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FBR(Fastbrick Robotics)은 어떤 회사인가요?

FBR은 호주에 본사를 둔 로봇 기술 회사로, 특히 건설 자동화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FBR의 대표적인 기술은 '하드리안X(Hadrian X)'라는 건설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동적 안정화 기술(DST, Dynamic Stabilisation Technology)과 장거리 붐 로보틱스를 활용하여 벽돌 쌓기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드리안X는 실외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으며, 시간당 최대 500개의 벽돌을 쌓아 일반적인 주택의 벽을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와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FBR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형 벽체 건설(WaaS, Wall-as-a-Service)'과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FBR은 호주증권거래소(ASX)와 미국 장외거래시장(OTCQB)에 상장되어 있으며, 건설 분야를 넘어 조선, 철강, 에너지 산업으로 로봇 응용 기술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약의 주요 내용 (1단계 개발)

이번 삼성중공업과 FBR 간의 계약은 조선 자동화 사업의 1단계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 목표: 조선 건설 로봇을 위한 핵심 기술 부품을 개발하고, 이를 직접 시연하여 성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2. 기간: 1단계 개념 확인 단계는 5개월 이내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3. 비용: 삼성중공업은 FBR에 미화 15만 달러(약 2억 400만 원)를 지급하며, 합리적인 비용 및 사업 기간 중 발생한 추가 사전 승인 비용에 대해서도 상환할 예정입니다.
  4. 독점 거래 관계: 양사는 1단계에서 납품될 자재에 대해 10년간 독점 거래 관계를 맺기로 합의했습니다.

실용화 사업 모형 개발 병행

1단계 기술 개발 작업과 더불어, 양사는 조선 건설 로봇의 실용화 사업 모형 개발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이는 향후 2단계 이후의 사업 진행을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으로, 개발된 로봇 기술이 실제 조선소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입니다.

조선업 자동화의 필요성과 도전 과제

조선업은 대형 구조물을 다루고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산업 특성상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가지 요인으로 인해 자동화 도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1. 숙련 인력 부족: 조선업은 용접, 조립 등 고도의 기술과 경험을 요구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인력의 유입이 줄고 기존 숙련공들이 고령화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로봇 자동화는 이러한 인력난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 로봇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를 통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원가 절감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3. 안전성 강화: 조선소는 높은 곳에서의 작업, 무거운 자재 취급, 유해 환경 노출 등 위험 요소가 많은 작업장입니다. 로봇을 활용하면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품질 균일성 확보: 로봇은 일관된 품질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제품의 품질 편차를 줄이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 자동화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선박은 크기가 매우 크고 구조가 복잡하며, 작업 환경이 실내외를 넘나들고 변화무쌍합니다. 또한, 다루는 자재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고, 각 선박마다 설계가 조금씩 달라지는 맞춤 생산 방식이 많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설 현장이나 자동차 공장처럼 표준화된 환경에서의 자동화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FBR 기술의 조선업 적용 가능성

FBR의 하드리안X 로봇은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쌓는 데 사용되지만, 이 로봇이 가진 핵심 기술인 동적 안정화 기술(DST)과 장거리 붐 로보틱스는 조선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동적 안정화 기술 (DST): 이 기술은 로봇이 움직이는 중에도 정밀한 위치 제어를 가능하게 합니다. 조선소에서는 대형 블록을 조립하거나 선체 내부의 복잡한 구조물에 접근하여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DST는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장거리 붐 로보틱스: 하드리안X의 긴 로봇 팔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자재를 운반하고 정밀하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조선소에서는 넓은 작업 공간을 이동하며 대형 패널이나 부품을 다루어야 합니다. 장거리 붐 로봇은 이러한 대형 자재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고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FBR의 기술은 벽돌 쌓기에 특화되어 있지만, 이를 응용하여 조선소에서 사용되는 강판 패널이나 블록을 다루고 조립하는 로봇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 선체 블록을 구성하는 패널들을 정밀하게 배치하고 임시 고정하거나, 복잡한 내부 구조물에 접근하여 용접 또는 검사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개발에 FBR의 기술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DX)과 로봇 자동화

삼성중공업과 FBR의 협력은 조선업의 광범위한 디지털 전환(DX)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업의 DX는 설계, 생산, 운영, 유지보수 등 전 과정에 걸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설계 및 생산 자동화: AI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복잡한 설계 도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고, 이를 PLM(제품 수명 주기 관리) 및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과 연계하여 업무 자동화를 구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로봇 자동화는 이러한 설계 및 생산 자동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 스마트 조선소 구축: 궁극적으로는 로봇, AI, 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통합하여 생산 공정 전체를 지능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로봇 자동화는 스마트 조선소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생산 현장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장 전망 및 삼성중공업의 전략적 의의

세계 조선업계에서 자동화 기술 도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FBR과 협력하여 로봇 자동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됩니다.

  • 기술 선도: FBR의 독자적인 로봇 기술과 삼성중공업의 조선 건조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기존의 조선 자동화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미래 조선소의 생산 방식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 생산성 및 경쟁력 강화: 성공적인 로봇 자동화 기술 도입은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인건비 부담을 줄여 삼성중공업의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 신규 사업 기회 모색: 조선 건설 로봇의 실용화 사업 모형 개발은 향후 개발된 로봇 시스템을 다른 조선소에 판매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도 열어줍니다.

이번 1단계 계약은 핵심 기술 부품 개발 및 확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향후 단계적인 개발을 통해 실제 조선소 현장에 적용 가능한 로봇 시스템으로 발전한다면 조선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인력난 해소, 생산성 향상, 안전성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조선업계의 자동화 노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삼성중공업과 FBR의 협력이 그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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