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헌재가 선고 시각을 밝힌 숨겨진 이유: 박근혜 탄핵 심판의 교훈
지난 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탄핵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선고를 내렸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사회, 경제, 정치, 외교 등 전 분야에 걸쳐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절차를 비상계엄 122일 만에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이번 탄핵 결정은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헌법 정신을 8년 만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한 달여의 장고와 이틀간의 평의를 거쳐 선고 당일까지 최종 평의를 진행하며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선고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문 권한대행이 선고 직전 "탄핵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라며 현재 시각을 확인한 후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는 왜 굳이 선고 시각을 명확히 밝혔을까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례에서 힌트를 얻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8년 전인 2017년 3월 10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에 선고 일시를 '2017. 3. 10. 11:21'로 구체적으로 기록했습니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었던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리면서 그 시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 헌재 결정문에 분 단위까지 명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들은 최종 선고일까지 다양한 변수와 법리, 그리고 국가 비상 상황 발생 시 책임 소재와 곧 치러질 대선 일정의 혼란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심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시간과 분 단위까지 확인하여 선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사를 통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엄중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가운데였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라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서로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헌재 재판관들이 극심한 고심과 고통 속에서 결정을 내렸으며, 당시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사회가 하나로 통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 인용 혹은 기각 결정의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과거 탄핵심판 인용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일반 헌법 심판 사건 법률을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반 헌법 심판처럼 선고 당일 0시 소급 적용된다면?
일반적인 헌법 심판 사건의 경우 결정의 효력 발생 시점은 재판관이 주문 낭독을 끝낸 당일 0시부터 소급 적용됩니다. 이는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률의 적용을 받는 재판 당사자가 발생할 경우 억울함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헌재는 이 점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만약 탄핵심판도 일반 헌법 심판 사건과 같이 '소급 적용'되어 그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고 이전에 대통령의 결정이 시급히 요구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대신하게 됩니다.
이후 헌재가 탄핵을 기각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탄핵소추된 대통령은 그날 0시부터 대통령으로서 직무에 복귀하게 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미 그 직무를 대신 수행한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반대로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는 2017년 3월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 법 위배 행위, 파면 필요할 정도로 중대' 판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구체적인 선고 날짜와 시각을 적은 이유에 대해 "탄핵 결정 시간에 따른 법률적 논란이나 분쟁 여지를 차단하고, 선고 도중 국가 변란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최고책임자의 권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판결 말미에 최종 선고 시각을 확인하여 기록함으로써 그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합의한 것입니다. 탄핵 청구가 기각될 경우를 대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최고 책임자의 권한과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리고 관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탄핵 이후 치러질 대선 일정도 고려
헌재는 탄핵 청구가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는 대선 일정도 고려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마찬가지로, 0시 소급 적용 판례를 따를 경우 이번 대선은 6월 2일이 마지노선이 됩니다. 그러나 11시 22분에 선고가 이루어진다면 이미 하루의 반 가까이가 지난 시점이므로 다음 날부터 60일을 계산하여 6월 3일로 선거일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국가 대사를 짧은 일정 속에 치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날짜 기입 여부에 따라 효력 발생에 하루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달력을 살펴보면 6월 2일은 월요일로, 한 주를 시작하는 매우 분주한 날입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자유로운 종교 활동과 여가 활동으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대선은 6월 3일 화요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파면 결정 효력 발생 시점을 명시한 법 조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헌법 65조와 헌재법 조항 등을 바탕으로 '헌재의 선고 시점 이후'로 추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당시 헌법 재판관들은 파면 시점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법률적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결정문에 시간을 정확히 명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선고 시각을 밝힌 것은 단순한 절차적인 행위가 아니라,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률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