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추진선이란

 SMR 추진선, 조선업의 새로운 전략 선종으로의 부상

현재 세계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대신 친환경 선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SMR 추진선이 조선업계의 차세대 '전략 선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MR 추진선이 관심을 받는 주된 배경에는 LNG 추진선 이후 새로운 주력 선종이 부재하다는 조선 산업의 상황이 있습니다. SMR 기술을 해양 플랫폼과 선박에 적용함으로써 조선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SMR 추진선이란 무엇인가?

SMR 추진선은 말 그대로 '원자로가 엔진 역할을 하는 선박'입니다. 기존 선박이 디젤 엔진이나 가스터빈을 통해 동력을 얻는 것과 달리, SMR 추진선은 선박 내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가 생산하는 전력으로 추진하거나 필요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는 핵추진 잠수함과 기본적인 개념은 유사하나, 상업용 선박 운항을 위한 형태로 발전된 것입니다.

핵심은 '모듈형 원자로' 기술입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하여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SMR을 선박에 탑재하여 자가 발전과 자가 추진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SMR 추진선입니다.

SMR 추진선이 가진 장점

조선업계와 해운업계가 SMR 추진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뛰어난 에너지 밀도와 연속 운항성: SMR은 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아 한 번 핵연료를 장전하면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연료 재충전 없이 운항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빈번하게 연료를 보급해야 하는 기존 선박에 비해 운항 효율을 크게 높이고, 연료 보급을 위한 기항지 제한을 줄여 운항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장거리, 장시간 운항이 필수적인 대형 상선이나 해양 구조물에 특히 유리합니다.

  2. 탄소 배출 제로: 원자력 추진은 운항 중에 온실가스나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습니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힙니다. '탈탄소' 목표 달성에 SMR 추진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3. 경제성 (장기적 관점): 초기 투자 비용은 높을 수 있으나, 장기간 연료 보급이 필요 없어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 변동성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4. 다양한 활용 가능성: 단순히 선박 추진을 넘어 해상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해양 플랫폼, 해수 담수화 설비, 극지방 자원 개발 지원 선박, 재해 지역 긴급 전력 공급 선박 등 다양한 용도로 확장하여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 설비 등 다른 해양 에너지 시스템과의 통합도 가능합니다.

기존 친환경 연료 선박과의 비교 (주로 LNG선)

현재 친환경 선박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LNG 추진선입니다. LNG는 기존 벙커C유에 비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LNG 추진선은 연료인 LNG를 극저온 상태(-162℃)로 저장해야 하고, 이를 다시 기화시켜 사용하는 복잡한 부대 설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LNG 벙커링(연료 보급) 인프라가 구축된 항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반면 SMR 추진선은 이러한 LNG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극저온 설비나 기화 설비가 필요 없고, 연료 재충전 없이 장기간 운항이 가능하므로 항만 인프라 제약이 덜합니다. 물론 SMR 연료의 특성상 다른 종류의 안전 및 보안 관련 인프라와 규제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SMR 기술 개발 및 표준 경쟁

SMR 추진선 기술 개발은 현재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일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군사용 원자력 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상업용 SMR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미국: 미국 에너지부(DOE)는 SMR 기술 실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이를 해양, 극지, 군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GE Hitachi, Holtec 등 여러 기업들이 SMR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 해군은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유럽: 스웨덴의 Blykalla는 SEALER라는 SMR의 상용화를 추진하며 2029년 첫 임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노르웨이 기업과의 협력 등 유럽 내 SMR 배치 움직임도 있습니다. 캐나다는 G7 국가 중 최초로 21조 원 규모의 SMR 건설 계획을 승인하며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 기타 국가: 중국 등 다른 국가들도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중심으로 SMR 안전 기준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떤 국가와 기업이 기술 표준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SMR 추진선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SMR 및 원자력 추진선 개발 현황

대한민국은 조선 강국으로서 SMR 추진선 분야에서도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공해주신 정보처럼, 현재 국내 SMR 원천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한 법적 정의나 관련 규제가 아직 미비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HD현대: HD현대는 SMR을 포함한 미래 선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ABS)으로부터 SMR 기반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 인증(AIP)을 획득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소 자동화를 위해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착수하며 미래 조선소 환경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 한화오션: 한화오션 역시 SMR 추진선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해군 관계자의 방문 등 해외 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선 분야에서의 높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SMR 선박 건조 및 통합 분야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발전 설비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핵심 주기기 제작 및 공급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사업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SMR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SMR 선박은 단순한 조선 기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으며, 원자력 기술, 방위산업 기술, ICT 기술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야 하는 '산업 연합체' 개념입니다. 한국은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통합한다면 SMR 선박 건조 및 관련 해양 플랫폼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SMR 추진선 상용화를 위한 과제 및 규제 환경

SMR 추진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1. 안전성 확보 및 증명: 원자력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한 엄격한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SMR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 국제 및 국내 규제 마련: SMR 선박의 설계, 건조, 운항, 유지보수, 핵연료 관리, 폐기 등에 대한 국제 표준 및 각국의 법규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IMO는 2028년까지 SMR 선박 안전 지침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한국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주도로 혁신형 SMR 개발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안전 규제 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핵연료 관리 및 처리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3. 기술 개발 및 실증: 소형화된 원자로를 선박 환경에 맞게 설계하고 안전하게 운영하는 기술 개발이 더욱 필요합니다. 실제 선박에 적용하여 안전성과 성능을 입증하는 실증 사업도 중요합니다.

  4. 대중 수용성: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SMR 추진선 운항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미래 전망 및 시사점

SMR 추진선은 '탈탄소'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조선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해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능력과 다양한 해양 설비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SMR 추진선 건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국내 원자력 기술, ICT 기술 등을 융합한다면 SMR 선박의 설계부터 건조,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차세대 원자로 기술 공동 연구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관련 법규 및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하며,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MR 추진선 시장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적인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2030년경 국산 SMR 추진선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발전량 조절이나 핵연료 처리와 같은 난제 해결 및 규제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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