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왜 한국 조선소에 손을 내미나?

  프로파일

미국 해군, 왜 한국 조선소에 손을 내미나? 함정 건조 위기와 K-조선의 기회

최근 미국 해군의 함정 건조 사업이 심각한 난항을 겪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 해군 고위 관계자들의 솔직한 발언과 한국 조선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 해군은 왜 한국 조선소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그리고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미 해군 함정 건조의 '참담한 현실'

미국 해군의 함정 건조 현실은 델 토로 전 미 해군성 장관의 발언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고성능 군함을 세계 수준에서 수십 년이나 뒤처진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며, 이를 "극도로 비효율적인 접근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실제 함정 건조 과정에서 구체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차세대 프리깃함으로 기대를 모았던 콘스텔레이션급 프리깃함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계약 체결 후 5년이 지났음에도 완성도가 1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 해군의 잦은 설계 변경 요구는 함정의 무게를 10% 이상 증가시켰고, 이는 추가 장비 업그레이드에 제한을 초래하며 심지어 원래 계획했던 속도 목표치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역시 건조 일정이 6개월에서 25개월까지 지연되고, 건조 비용이 평균 21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급증하는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습니다.

미 의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해군력·투사력 소위원회의 케리 위원장은 노후화된 함정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으며, 위트먼 의원은 콘스텔레이션급에 대한 자금 지원에는 찬성하지만 해군이 과거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조선소의 '압도적인 경쟁력'

미 해군이 한국 조선업체에 눈을 돌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한국 조선소의 압도적인 경쟁력 때문입니다. 델 토로 전 장관은 한국 조선소가 이지스함을 포함한 고품질 함정을 미국 비용의 수분의 일로 건조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델 토로 장관이 감탄한 것은 한국 조선소의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이었습니다. 그는 한국 방문 당시 건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에 놀라움을 표하며, 개별 건재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전체 조선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국의 기술적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격차를 넘어 전체 조선 프로세스와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국 조선업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생산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선박 연료 연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과 효율성은 군함 건조 분야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K-조선, 미국 시장에 진출하다

미 해군의 함정 건조 위기는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한화오션이 미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 및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HD현대 역시 미국 잉갈스 조선소와 방위 및 상업 조선 프로젝트의 생산 가속화를 위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잉갈스 조선소는 미 해군의 주력 함정을 다수 건조해온 유수의 조선소로, 이 협력은 미 해군의 함정 건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HD현대와 잉갈스 조선소는 함정 건조 효율을 극대화하고, 건조 비용과 납기를 완수하기 위한 노하우와 능력을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조선소 구축에 필요한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 산업용 로봇, 인공지능 도입, 인력 교육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향후 공동 투자를 위한 협력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미국의 수요와 한국의 공급 능력

미국은 향후 30년간 함정 조달에 1조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HD현대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 동등한 함정을 연 1척 건조할 수 있으며, 미국의 수요에 따라 군함 건조 능력을 연 5척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함정 건조 수요를 충족시킬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미 조선 협력의 미래와 과제

미국과 한국의 조선업 협력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상업적 계약을 넘어 양국 국방 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미 해군의 함정 건조 위기는 한국 조선업체에게는 미국 시장 진출의 결정적 기회가 되고 있으며, 이는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미국의 '현지화' 요구와 한국의 '자국 내 건조' 희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내 조선 산업 보호와 국방 조달의 효율성 사이의 정치적 절충점도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 조선업의 뛰어난 기술력과 효율성이 미국의 함정 건조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한미 양국이 지혜를 모아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면, 이는 양국의 안보 강화는 물론 세계 해양 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조선 #미국해군 #함정건조 #K조선 #한화오션 #HD현대 #잉갈스조선소 #디지털조선소 #방산협력 #해양안보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작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경제 빨간불

LOB, 또는 "Line of Business"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