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의 탄소중립과 선상 탄소 포집·저장(OCCS) 기술의 부상
해운업의 탄소중립과 선상 탄소 포집·저장(OCCS) 기술의 부상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목표가 강화되면서, 국제 해운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넷제로(Net-zero)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선상 탄소 포집·저장(OCCS, Onboard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 해운업의 실효적인 탄소 감축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OCCS는 육상에서 발전소나 산업 시설의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의 개념을 선박에 적용한 것입니다.
OCCS 기술의 작동 방식 및 중요성
OCCS 시스템은 선박 엔진의 연소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여 포집하고, 이를 액체 형태로 압축하거나 다른 형태로 변환하여 선박 내 저장 탱크에 임시로 저장합니다. 이후 선박이 항만에 입항하면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육상 시설로 하역하여 영구적으로 격리 저장하거나 유용하게 활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OCCS 기술이 해운업에서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선박의 탈탄소화: 해운 선박은 수명이 20~30년에 달하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으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OCCS는 기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도 적용하여 즉각적인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 IMO 규제 대응: EEXI, CII 등 강화되는 IMO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OCCS는 선박의 운항 효율을 개선하는 것 외에 직접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 다양한 연료와의 호환성: OCCS는 선박이 어떤 종류의 연료(벙커C유, LNG 등)를 사용하든 적용이 가능하여, 미래 연료 전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OCCS 시장의 성장 전망
노르웨이선급(DNV)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OCCS 시스템을 통해 포집되는 규모가 2040년까지 연간 약 400만 톤, 2050년까지는 1억 1,000만 톤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2050년 해운업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9%를 OCCS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DNV는 해운업이 CCS 기술이 적용되는 유일한 운송 산업이며, 2030년대에 초기 적용이 시작되어 204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중공업이 HMM, 파나시아, 한국선급 등과 공동으로 선박 이산화탄소 포집·액화 저장 기술(OCCS) 통합 실증 연구를 진행하는 등 OCCS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OCCS 기술 확장을 위한 과제
OCCS 기술이 해운업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 선내 공간 및 중량 문제: OCCS 시스템(포집 장치, 저장 탱크, 에너지 공급 장치 등)을 설치하려면 상당한 공간과 중량이 필요합니다. 이는 선박의 화물 적재 공간을 줄이거나 선박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높은 비용: OCCS 시스템의 설치 및 운영 비용이 높다는 점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포집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 포집 후 탄소 활용/저장 방안 부족: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하역한 후 이를 활용하거나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항만에 이산화탄소 하역 시설을 마련하고, 이후 운송 및 저장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기술 효율성 및 안전성: 다양한 운항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높은 포집 효율을 유지하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관리 및 운송하는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OCCS 기술 확장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사업 기회
OCCS 기술의 확장세는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OCCS 시스템 개발 및 제조:
- 포집 장치 제조: 선박 엔진 배기가스에 최적화된 고효율, 소형화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흡수제, 분리막 등) 개발 및 제조 사업.
- CO2 처리 및 저장 시스템: 포집된 CO2를 액화, 압축 또는 다른 형태로 변환하고 선내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시스템 개발 및 제조.
- 시스템 통합 및 제어 솔루션: 선박의 기존 시스템과 OCCS를 통합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제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
- 선박 건조 및 개조 (Retrofitting):
- OCCS 탑재 신조선 건조: OCCS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한 신형 선박 설계 및 건조. 한국 조선사들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 기존 선박 OCCS 개조: 운항 중인 기존 선박에 OCCS 시스템을 설치하는 개조(Retrofitting) 서비스. 전 세계 수많은 기존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 항만 인프라 구축 및 운영:
- CO2 하역 터미널 건설: 선박에서 포집된 CO2를 육상으로 안전하게 하역할 수 있는 전용 터미널 설계, 건설 및 운영.
- 임시 저장 시설: 하역된 CO2를 운송 또는 활용 시설로 이동하기 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 구축.
- CO2 운송 및 물류:
- CO2 운반선 건조 및 운영: 하역 터미널에서 영구 저장소나 활용 시설까지 CO2를 안전하게 운송하는 전용 선박(CO2 캐리어) 건조 및 운영.
- 파이프라인 구축: 항만에서 내륙의 저장소 또는 활용 시설까지 CO2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 CO2 저장 및 활용 (CCUS Hub):
- 영구 지중 저장소 개발: 포집된 CO2를 지하 깊숙한 곳에 안전하게 영구 격리하는 저장소 탐사, 개발 및 운영. 동해가스전 활용 CCS 사업과 같은 국가 주도 사업과 연계될 수 있습니다.
- CO2 활용 산업: 포집된 CO2를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연료를 생산하는 산업 (예: 합성 연료, 화학 제품, 건축 자재, 드라이아이스 등) 개발 및 투자.
- 서비스 및 컨설팅:
- OCCS 시스템 유지보수: OCCS 시스템의 정기 점검, 수리, 부품 교체 등 유지보수 서비스.
- CO2 관리 서비스: 포집된 CO2의 품질 관리, 측정, 보고, 검증(MRV) 서비스.
- 기술 컨설팅: 선사 및 조선소에 OCCS 기술 도입, 시스템 선정, 규제 대응 등에 대한 전문 컨설팅 제공.
- 선급 인증 및 표준화: OCCS 시스템 및 관련 인프라에 대한 안전 및 성능 인증 서비스, 국제 표준 개발 참여.
- 인력 양성 및 교육: OCCS 시스템 운영 및 CO2 취급을 위한 전문 인력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개발.
이러한 새로운 사업 기회들은 OCCS 기술의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발생하며, 기술 개발 기업, 조선소, 해운사, 항만 운영사, 에너지 기업, 건설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는 OCCS 시스템이 통합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및 개조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나아가 CO2 운반선 건조, 항만 하역 시설 관련 엔지니어링 등 연관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결론
선상 탄소 포집·저장(OCCS) 기술은 해운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2040년 이후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됩니다. OCCS 기술의 확산은 시스템 개발 및 제조, 선박 건조 및 개조, 항만 인프라 구축, CO2 운송 및 저장/활용,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 및 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입니다. 기술적, 경제적, 인프라적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이러한 기회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대응하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 해양 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 조선업계는 OCCS 기술이 통합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및 관련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강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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